왕랑이 저승사자를 따라 염부에 도착했다. 염라대왕은 저승사자를 몰아쳤다.
“왜, 이리 지체했느냐? 그리고 꽁꽁 묶어 오라고 했는데 어찌하여 그냥 데리고 왔느냐?”
저승사자들은 당황하면서 말했다.
“사실 이 사람의 집에 이르러 보니, 이 사람이 집안을 깨끗이 정돈하고 가부좌를 한 채 ‘나무아미타불’ 염불삼매에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차마 대왕의 명대로 끌고 올 수 없었습니다.”
왕랑이 말을 받아 말했다.
“염라대왕이시여, 저는 이미 생사를 초월하였소. 어디든 좋으니 마음대로 보내시오.”
염라대왕의 태도가 급변하였다. 왕랑의 앞으로 걸어 나와 정중히 목례를 하였다. 염라대왕뿐만 아니라 시왕이 모두 걸어나와 왕랑에게 귀빈의 예를 다하였다. 염라대왕이 말했다.
“그대 내외가 세상에 살 때, 염불하는 이웃집 안씨 노보살을 보고 비방하면서 꾸짖고 욕설을 하였기에 우선 그대의 아내를 데려왔소. 그리고 그대의 생명이 다하기를 기다려 함께 무간지옥에 보내려고 했소. 그런데 이제 사자의 말과 당신의 말을 종합해 보니, 당신의 참회기도가 분명히 있기는 있는 듯하고, 따라서 당신의 모습에서 생사의 두려운 모습을 찾을 수 없구려.”
왕랑은 태연히 듣고 있었다. 염라대왕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당신은 염불삼매에 들어 오로지 아미타불을 염한다하니 당신의 죄를 용서하겠소. 다신 인간세상에 보내여 30년을 더 살게 하겠소. 그러니 부디 거두어 주시오.”
옆에 있던 최판관이 말했다.
“왕랑은 세상에 돌아가면 시신이 아직 썩지 않았으므로 다시 살아날 수가 있겠습니다만, 송씨 여인은 죽은 지 이미 11년이나 되었습니다. 시체가 썩어 이미 흙으로, 물로, 불로, 바람으로 돌아갔으니 어찌해야 하겠습니까?”
이 말을 듣고 염라대왕은 매우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왕랑이 말했다.
“길주 군수의 딸이 지금 스물 한 살입니다. 그런데 명이 다하여 이틀 전에 죽은 것을 보고 왔습니다. 아직 그 시신이 그대로 있을 터이니, 가능하다면 송씨의 혼령을 그녀에게 의탁하면 어떻겠습니까?”
염라대왕은 무릎을 치면서 좋아했다.
“거 참 괜찮은 일이다.”
그리하여 왕랑과 그의 아내 송씨 여인은 다시 인간세계로 오게 되었다. 염라대왕은 왕랑에게 말했다.
“옆집 노보살 안씨는 염불을 지극정성으로 한 공덕이 있어 앞으로 3년 뒤에 목숨을 마치고는 바로 극락세계에 날 것이오. 그러니 당신이 만약 인간세계에 나가거든 부모님과 같이 생각하면서 잘 모셔 주기 바라오.”
왕랑은 죽은 지 3일 만에 다시 살아났다. 온 가족들은 왕랑의 환생을 기뻐하고 있었다. 그때 길주 군수의 딸도 함께 살아났다. 그들은 그 동안 염부에서 있었던 얘기를 길주 군수에게 말했다. 얘기를 다 듣고 난 길주 군수는 자기의 딸을 왕랑에게 시집보냈다. 왕랑은 그 뒤 30년을 더 살아 80세를 누리고 부인은 50세가 되었다. 거기서 새로운 자녀가 태어났다.
왕랑은 인간세상에 와서 오로지 ‘나무아미타불’을 염하며 염불삼매를 닦는 한편, 가난하고 불쌍한 이웃을 위해 자선을 베풀었다. 또한 이웃집 안씨 노보살은 왕랑이 되살아난 지 3년 뒤에 세상을 떠났다. 그녀는 염불을 많이 한 공덕으로 평화롭게 삶을 마감했다.
어쨌든 송씨 여인은 길주 군수의 딸에 그 혼령을 의탁해서 되살아났고, 왕랑은 그녀를 맞이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렸다. 그들의 그러한 삶의 모습을 보고 온 마을 사람들이 칭찬하지 않는 이가 없었다 한다. 이 얘기는 함경남도 길주군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아름다운 불교설화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