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인은 명문대가의 규수로서 부러울것 없이 자랐다. 열여덟살때까지 어머니로부터 신부수업을 착실히 받았다. 시서와 음악, 예의범절, 음식만들기, 바느질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잘 익혔다. 그녀는 열여덟 살에 어느 양반댁으로 시집을 갔다. 혼처는 이미 오래전에 정해져 있었다.
그녀는 시집가던 날, 시댁에서 소박을 맞았다. 이유는 그녀에게 공방살이 끼었다는 것이었다. 공방살이 끼면 자식을 낳을 수 없다고 했다. 남의 집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자식을 낳을수 없다는 것은 여인에게 있어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첫날밤부터 남편을 보지 못했다. 3년을 기다렸지만 남편은 끝내 심 낭자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그녀는 친정으로 돌아왔다. 친정부모님은 예전처럼 대해 주지 않았다. 시집간 날부터 소박을 맞아 되돌아온 딸이 늘 짐스러웠고, 심낭자는 심낭자대로 천덕꾸러기가 되어갔다.
그녀는 친정에 돌아와 7년 간 남편의 회심이 있길 기다렸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심 낭자는 처녀나 다름이 없었다. 실제로 한번도 남편과의 만남이 없었다. 그러나 다시 시집을 갈 수가 없었다. 호적으로는 이미 남의 아내가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지내는 것 역시 고역이었다. 자신도 자신이려니와 자기때문에 애처로워하는 부모를 바라보기가 더욱 면구스러웠다.
심 낭자는 눈물로 세월을 보냈다. 어떻게든 친정집을 떠나야겠다고 생각하였다. 심 낭자는 어머니에게 졸라 댔다.
"어머님, 저는 어찌해야 합니까? 아무래도 집을 떠나야만 할 것 같습니다.”
“떠나다니, 어디로 떠난단 말이야.”
“딱히 정해 놓은 곳은 없습니다. 하오나! 이대로 산다는 것은 저도 지지만, 다른 식구들에게도 더없는 고역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려무나.”
심 낭자의 어머니는 값나가는 금, 은, 보석, 산호, 비취, 진주 등 귀중한 패물을 한 보따리 챙겨 주었다.
그날 밤, 심 낭자는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한 여인이 나타나 말했다.
“성을 벗어나려거든 다른 문으로 나가지 말고 반드시 자하문으로 나가거라. 그리고 첫 번째로 만나는 남자가 그대의 배필이 될 것이다. 명심하라. 그 사람 의 이름은 윤덕삼이며 아직 혼처를 정하지 못한 노총각이니라.”
그렇게 해서 심 낭자는 덕삼이를 만났고, 이제 그와 함께 관세음보살님께 기도를 드리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그 꿈속의 여인이 바로 이곳 옥천암의 해수관세음보살이었던 것이다.
덕삼은 심 낭자의 얘기를 듣고 너무나 감격했다. 심 낭자가 준비해 온 점심 도시락을 꺼내어 관세음보살님께 감사의 기도를 올린 뒤 아침으로 식사를 때웠다. 그후 그들은 따로 날짜를 택하여 간소하게 혼례를 치렀다. 심낭자가 지니고 온 패물을 팔아 논밭을 사고 집과 가재도구도 장만했다. 그리하여 신도면 일대에서 꽤 넉넉한 생활을 하게 되었다.
이것이 모두 옥천암에 모셔져 있는 해수관세음보살의 가피에 의한 것이었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