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는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루 낮이 지나고 밤이 다가왔지만 민 여인의 기도는 여전했다. 민 여인은 참회기도를 올렸다.
“제가 어리석어 잠시 동안 부처님을 잊었사옵니다. 남편의 출세에만 마음이 들떠 부처님의 공덕을 잊었습니다.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합니다. 다시는 영원토록 제 마음속에서 당신을 잊지 않겠나이다. 부처님이시여, 관세음보살이시여, 당신은 온갖 공능을 지닌 분입니다. 제 남편을 다시 살릴 수 있으십니다. 5년도 좋고 10년도 좋습니다. 다시 환생하여 저희처럼 어렵게 살아가는 백성들을 위해 덕치를 베풀 수 있게 하옵소서. 부처님은 삼계의 큰 스승이시고 사생의 자애로운 어버이십니다. 제 남편을 당신의 그 뛰어난 가피력으로 다시 살아나게 하여 주옵소서.”
이같이 참회의 눈물을 흘리며 간절히 기도하는 것을 본 스님들이 그만 감화되고 말았다. 그들도 함께 목탁을 듣고 기도를 했다.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관세음보살…”
사흘낮이 지나고 밤을 맞았다. 달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밤 하늘의 무수한 별들도 함께 기도에 동참하고 있었다. 산사의 고요한 적막도 탑전을 에워싸고 기도의 음성을 더욱 맑게 만들었다. 가을 밤이라 냉기가 옷 속으로 스며들었다.
민 여인은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털끝만큼도 부처님의 가피력을 의심하는 일은 남아 있지 않았다. 그녀는 염불삼매에 들어 생각했다.
‘부처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분이다. 그분은 알지 못하는 바가 없고 능하지 못한 바가 없다. 부처님은 반드시 내 남편을 다시 살려 주실 것이다. 나의 이 마음은 확고하다.’
이처럼 기도하는 민 여인의 눈에 불가사의한 현상이 들어왔다. 남편의 시신을 모신 관 틈에서 웬 희뿌연 물체가 나타났다. 밝은 달빛 아래 비친 모습이 분명 여자였다. 머리칼을 풀어헤친 채로. 민 여인은 더욱더 자신을 염불삼매에 붙들어 두려 애썼다. 그때 그 정체 모를 여인의 입에서 말이 굴러 나왔다.
“나는 이 관 속에 들어 있는 사람과는 10생에 맺은 원한관계에 있다. 그는 내 부모를 살해하고 내 남편을 죽이고 내 자식들을 감옥에 집어넣은 철천지 원수다. 그래서 나는 늘 이 사람을 방해하려 하였다. 그간 어느 때 어느 곳에서도 부귀영화를 누리지 못하도록 방해해 왔다.”
민 여인이 정신을 차리고 물었다.
“그렇다면 어찌하겠는가?”
“원한이 쉽게 풀리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당신과 스님네의 염불공덕에 의해 나는 원결을 풀고 자비로운 마음이 되었다. 나는 원한으로부터 해탈을 얻었다. 더 이상 원한에 집착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제 하늘나라에 가서 나게 되었다. 이 모두가 그대의 간절한 염불삼매 덕분이다.”
말을 마치고는 하늘하늘 날아서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짧은 순간의 일이었다. 민 여인이 산발한 귀녀와 대화하는 모습을 지켜본 모든 사람들은 한결같이 어리둥절해 있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민 여인은 한걸음에 관 앞으로 달려들었다. 관을 묶은 매듭을 풀고 뚜껑을 열어 젖혔다. 거기에 백 부사가 숨을 몰아 쉬고 있었다. 수의 풀어헤쳤다. 그러자 백 부사의 얼굴에 화기가 돌았다.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눈동자에 점차 안정이 깃들어 갔다.
민 여인은 남편 백 부사를 관에서 부축해 내었다. 그리고 불영사 요사채에 방 하나를 얻어 안정시켰다. 사흘 뒤 백 부사는 완전히 기운을 얻어 관아로 돌아왔다. 이 소식이 강원 감사에게 전해졌고 마침내 중종의 귀에 들어갔다. 중종은 소식을 접하고 만조백관이 있는 자리에서 말했다.
“우리와 현재 유교를 근본이념으로 덕을 펴고 나라를 다스리거니와 부처님의 덕화는 참으로 불가사의하도다.”
중종은 이어 말했다.
“지필묵을 대령하여라. 긴히 쓸 것이 있느니라.”
종이와 붓과 먹을 대령하자 중종은 어필로써 불영사의 대웅전 간판을 ‘환생전’이라 고쳤고, 요사채 큰 방의 현판을 ‘환희료’라 고쳐 영원히 기념이 되게 하였다.
백 부사는 그 후 1년 뒤 강원 부사로 영전하였고, 다시 얼마뒤 중앙으로 올라와 내직을 맡게 되었다. 그는 내직에 처하면서도 특별히 불교를 믿도록 허락되었다. 민 여인은 그 후 열심히 부처님을 신봉하였으며, 불영사에 불량답을 사서 시주하고 또한 그 절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수시로 공양하였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