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실이 유달리 좋은 정씨 내외는 부러울 게 없었다. 천성적으로 착한 두 내외는 좀 가난하다는 게 불편하기는 했지만 생글생글 웃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노라면 금세 모든 고통은 사라졌다. 정씨 내외는 미륵부처님의 가피를 잊지 못해 하루도 거르는 날이 없이 아침 저녁으로 감사기도를 올렸다.
공양도 지어 올렸고 과일이나 푸성귀나 일단 들어온 것은 먼저 미륵부처님께 올렸다가 내려 먹곤 했다. 아이가 태어나고 일년쯤 지나니 일은 그런대로 잘 풀렸다. 이웃집에서는 정씨 내외의 착한 성품을 높이 평가하여 소작거리를 많이 대 주었다. 정씨 내외는 부지런히 일했고 게다가 풍년이 들어 큰 수확을 거두었다.
살림이 불어나자 그들 부부는 집 뒤에 전각을 짓고는 미륵 부처님을 모셨다. 이 전각을 당집이라고 하는데. 일설에는 미륵당이라고 한다. 정씨 내외는 환갑을 맞았다. 그만큼 많은 세월이 흐른 것이었다. 하루는 정씨가 아내에게 말했다.
“여보, 우리가 미륵부처님의 은혜로 아무 어려움 없이 살아왔잖소? 부처님은 중생들에게 늘 보시를 가르치셨소. 그리고 착한 일 많이 하라고도 하셨소. 우리가 이제 살아야 얼마나 더 살겠소. 이번에는 우리도 좋은 일 한 번 합시다.”
“어떤 좋은 일이 있을까요?”
“내 의견은 이렇소. 우리집 재산 중 아들 녀석의 몫을 제외하고는 우리보다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누어 줍시다. 어차피 죽을 때 가져 가는 것도 아니잖소.”
부인은 정씨의 마음이 착한 데 대해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물욕이 없으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그런 착한 남편덕에 아무런 어려움 없이 살아온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하는 게 좋겠어요.”
그들은 뜻이 맞았다. 이튿날 그들은 음식을 장만하고 동네 사람들을 초청했다. 사람들은 마음씨 착한 정씨네 집에 무슨 경사가 있나 보다 하고 몰려들었다. 한참 흥이 무르익어 갈 무렵 정씨가 좌중을 둘러보며 말했다.
“차린 것은 없지만 많이 드셨는지요. 사실은 오늘 우리 두 사람의 회갑입니다.”
“허!”
사람들은 그제서야 몰랐다는 듯 미안해 하면서 정씨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제가 오늘 이런 자리에서 꼭 말씀드리고자 함은 저희가 갖고 있는 재산에서 아들놈의 것 일부만 빼고 나머지는 다 모든 분들에게 나누어 드리고 싶습니다.”
“나누어 준다고요? 재산을요?”
“그렇습니다. 저희 내외가 이렇게 아들을 얻고 넉넉하게 살아온 것은 모두 미륵부처님의 은혜입니다. 이제 회갑을 맞아 저희들은 모든 재산을 여러분에게 골고루 나누어 드리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극락정토의 길을 닦고자 합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마을 사람들은 정씨 내외의 뜻이 하도 고마워서 말을 잇지 못했다. 정씨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부탁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여러분께서 꼭 들어주시길 바랍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리 전답 가운데서 가장 좋은 논 몇 마지기와 밭 몇 백 평을 미륵부처님께 바치고 싶습니다.”
“그야 여기 모인 우리도 찬성이지요.”
“거기서 얻어지는 수확으로 매년 미륵부처님께 공양을 올려 언제나 공양이 끊이지 않게 해 주셨으면 합니다.”
사람들은 모두 그의 뜻에 따랐다. 그 뒤로 이 마을에서는 해마다 미륵부처님께 재를 올리고 있다. 재를 주관하는 사람은 일주일 전부터 목욕재계하고 공양을 올리는데, 자식 없는 아낙네들이 치성을 드리면 아들을 낳는다고 전해져 온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