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어떤 큰성바지의 아들은 얼굴이 매우 단정하였다. 그는 금으로 여자상을 만들어 놓고 그 부모에게 말하였다.
“이런 여자가 있으면 장가들겠습니다.”
그 때 또 다른 나라에 얼굴이 아름다운 여자가 있었다. 그녀도 금으로 남자상을 만들어 놓고 부모에게 아뢰었다.
“이런 남자가 있으면 시집가겠습니다.”
부모들은 각기 그런 일이 있다는 말을 듣고, 멀리서 서로 맞이하여 두 사람을 부부로 만들었다. 그 때 그 나라 왕이 거울을 들고 자기 얼굴을 비춰 보고는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천하 사람의 얼굴로서 나와 같은 이가 있는가?”
신하들은 대답하였다.
“들으니, 저 나라에 얼굴이 아름답기 견줄 데 없는 어떤 남자가 있다고 합니다.”
왕은 곧 사자를 보내어 그를 청하였다. 사자는 가서 말하였다.
“왕께서 당신을 보고자 합니다.”
그는 곧 수레를 타고 달려가다가 스스로 ‘왕이 나를 부르는 것은 내가 지혜 있고 사물에 통달하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곧 책의 요술(要術)을 보려고 돌아갔다가 자기 아내가 어떤 손님과 간통하는 것을 보고 슬픈 생각에 기운이 맺혀 얼굴이 야위어지고 괴상하고 추하여졌다. 그 나라 신하는 실망하여 얼굴이 야윈 나그네를 보고 곧 마구간에 끌어 넣었다.
그는 밤에, 그 나라 왕의 정부인이 가만히 나와 마부와 정을 통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깨닫았다.
‘왕의 부인도 저러하거늘, 하물며 내 아내이겠는가?’
그는 마음이 풀리고 얼굴빛이 회복되었다. 그래서 왕을 뵈었다. 왕은 물었다.
“왜 밖에서 사흘이나 묵었는가?”
그는 말하였다.
“신하의 마중을 받고 오다가 잊고 온 것이 있어서 그것을 가지러 집에 돌아갔습니다. 거기서 저의 아내가 어떤 손님과 간통하는 것을 보고 분노하여 안색이 야위고 변하여 마구간에서 사흘을 묵었습니다. 그런데 어제 밤에 왕의 정부인이 가만히 나와 마부 아이와 간통하는 것을 보고 왕의 부인도 저러하거늘,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는가’ 하고 생각하자 마음이 풀리고 안색이 회복되었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내 아내가 그러하거늘, 하물며 보통 여자이겠는가?”
그리하여 두 사람은 함께 산에 들어가 수염과 머리를 깎고 사문이 되어, 여자와는 사귈 것이 못 된다고 생각하면서 게으르지 않고 정진하여 모두 벽지불의 도를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