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없는 과거 세상에 어떤 상인이 있었는데 이름을 살박(薩薄)이라 하였다. 그는 마침 다른 나라로 가서 물건을 팔아 재물을 얻어 가지고 부처님의제자 집 근처에 머물렀다. 그 때 부처님의 제자 집에서는 큰 복을 짓기 위해 높은 자리를 만들고 여러스님들이 설법하여 죄와 복을 강론하되 선과 악은 모두 몸과 말과 뜻의 행으로 말미암아 되는 것이라 하며, 또 4제(諦)와 덧없음과 괴로움과 공의 법을설명하였다.
그 때 멀리서 온 그 상인도 거기 가서 기거하며 설법을 듣고, 마음으로 이해하고믿고 즐거워하여 곧 5계를 받고, 윗자리의 우바새에게 아뢰어 법으로써 권하는말을 청하였다. 윗자리의 우바새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몸과 말과 뜻을 단속하여 열 가지 선을 갖추어야 한다. 한 계율에는다섯 신(神)이 있으므로 5계에는 스물다섯 신이 있어서, 현세에서는 그를 호위하여 횡액(橫厄)이 없고 후세에서는 스스로 하염없는 큰 도를 이루게 할것이다.”
상인은 이 법을 듣고 거듭 한량없이 기뻐하였다. 그는 본국으로 돌아갔다. 그 나라에는 불법이 전연 없었으므로,곧 교화를 펴고자 하였으나 그것을 받아들일 이가 없을까 걱정하여, 먼저 받은 법으로써 부모·형제·처자와 안팎 사람들을 교화하여 그들은 모두 그를 받들었다.
그 상인 사는 데서 천 리가 떨어진 곳에 나라가 있었다. 백성들은 많아 풍성하고즐거우며, 좋은 보물도 풍족하였다. 그 두 나라는 서로 막히어 백 년 동안 통하지 않았다. 왜 그런가 하면, 그 나라들 중간 길에 야차가 있어서 사람만 보면 잡아먹으므로 지금까지 사람이수없이 죽었다. 그래서 두 나라 사이는 끊어져 왕래하는 사람이 없었다. 상인은 생각하였다.
‘나는 부처님 계율을 받는다. 경전의 말씀대로 한다면 스물다섯 신이 있다니 틀림없이 나를 도와줄 것이요, 또 들으니 저 귀신은 하나뿐이라 한다. 내가 가면 반드시 항복 받고 잡을 수 있을 것이다.’
그에게는 동료 상인 5백 인이 있었다. 그는 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 내게는 이상한 힘이 있어서 능히 저 귀신을 항복 받을 수 있습니다. 만일 당신들이 거기 가기만 한다면 가기도 전에 큰 이익이 있을 것입니다.”
다른 상인들은 서로 의논하였다.
“두 나라가 통하지 못한 지는 이미 오래되었다. 만일 저기까지 가기만 한다면소득이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그들은 모두 옳다 하고 길을 따라 나아갔다. 도중에 이르러 그 귀신이사람을 잡아먹은 자리를 보니 사람의 해골과 머리털이 땅에 가득히 어지러이 흩어져 있었다. 살박은 생각하였다.
‘귀신이 지금까지 사람을 잡아먹은 것을 지금 실지로 보겠구나. 내가 죽음으로써 이 사람들의 두려움을 면하게 하여야 하겠다.’
그리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은 여기 계십시오. 나는 혼자 가겠소. 만일 내가 귀신에게 이기면 돌아와서 서로 만나겠지마는, 오지 않거든 해를 당한 줄로 아시오. 모두 물러나고 더 나아가지 마시오.”
그리하여 그는 혼자서 앞으로 몇 리를 나아가다가 귀신이 오는 것을 보고, 바른 마음으로 부처님을 생각하면서 뜻을 정하고 두려워하지 않았다. 귀신은 와서 물었다.
“너는 어떤 사람인가?”
살박은 대답하였다.
“나는 이 길을 지나가는 길잡이다.”
귀신은 너털웃음을 웃으면서 말했다.
“너는 내 이름을 듣고도 이 길을 지나가려 하는가?”
“네가 여기 있는 줄을 알기 때문에 너와 싸우려고 온 것이다. 만일 네가 이기면 나를 잡아먹을 것이요, 내가 이기면 이 길로 모든 사람을 통과시켜 천하를 이익하게 할 것이다.”
“그러면 누가 먼저 손을 쓰겠는가?
”내가 와서 청한 것이니 먼저 손을 써야 하리라.”
귀신은 좋다고 허락하였다. 살박이 먼저 오른손으로 그 배를 찔렀다. 손은 귀신의 배에 들어가 끄덕도 않고 빠지지 않았다. 왼손으로 다시 쳤다. 왼손도 들어갔다. 이리하여 두 다리와 머리가 모두 귀신뱃속에 들어가 꼼짝도 할 수 없었다. 그러자 야차는 게송으로 물었다.
두 손과 두 발과 또 머리와 그 다섯 가지로 나를 묶어놓지만
그저 앞으로 와서 죽음으로 나아가라. 날뛴들 무슨 소용 있으리.
살박도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두 손과 두 발과 또 머리와 이 다섯 가지가 묶였더라도
금강처럼 마음을 굳세게 가졌거니 끝끝내 너에게 찢어지지 않으리.
야차가 게송으로 말했다.
나는 귀신 중의 왕귀신이 되어 힘이 세기 때문에
지금까지 너희들을 잡아먹은 것이다.
그 수는 이루 다 셀 수 없나니 지금 너는 죽음이 가까이 있다.
무엇하러 터무니없는 말을 하는가?
살박이 게송으로 말했다.
이 몸은 원래 덧없는 것이어니나는 일찍 버리려 했다.
악마여, 너는 마침 나의 원을 풀었구나. 나는 곧 이 몸으로 보시하리라.
이것을 인연으로 바른 깨달음 얻어반드시 위없는 지혜를 이루리라.
야차가 게송으로 말했다.
그 뜻이 묘한 마하살이여,삼계 중에서 희유하구나.
끝내는 사람 건지는 스승이 되어 오래지 않아 온갖 덕을 갖추리니
원컨대 이 몸으로 스스로 귀의하여 머리 조아려 발 아래 예배하게 하소서.
이에 야차는 살박 앞으로 나아가 5계를 받고, 중생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곧 예배하고 물러가 깊은 산으로 들어갔다.
살박은 여러 상인들을 불러 저쪽 나라로 갔다. 이에 두 나라는 모두 5계와 십선이 귀신을 항복 받고 길을 틔운 줄 알고는 비로소 부처님 법이 한량없이 참된 것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모두 계율을 받들고거룩한 세 분을 공경하여 나라가 태평하게 되고 죽어서는 하늘에 올라가 도를얻었으니, 그것은 곧 5계를 받드는 현자(賢者)의 바른 믿음의 은혜로운 힘이었다.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의 그 살박이 바로 내 몸이니, 보살이 행하는 계율바라밀은 구제하는 힘이 이와 같으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