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딸이 올해로 여덟 살입니다. 그애는 이상하게도 같은 또래의 동네 아이들과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습니다.”
범일스님이 호기심이 나서 물었다.
“그럼, 어떻게 놉니까?”
“그 애는 항상 남촌에 있는 냇가에서 혼자 놀다가 돌아오곤 하죠.”
“혼자 논다?”
“예, 그래서 누구하고 놀았느냐고 물으면 언제나 이상한 얘기만 늘어 놓죠.”
“이상한 얘기라니요?”
범일스님은 점점 호기심이 일었다.
“예, 참으로 이상한 일이지요. 금색동자하고 놀았대요. 그 금색동자가 누구냐고 하면 온몸이 황금으로 된 남자아이라지 뭡니까. 남녀가 유별한데…”
“허!”
범일스님이 호기심을 보이자 여인은 말을 계속했다.
“우리 딸 아이는 그 금색동자와 놀면서 매일같이 글을 배운다고 합니다.”
“글을요?”
“예, 스님.”
“부인, 부인의 딸을 좀 만날 수 있을까요? 부탁합니다.”
“예, 그렇게 해 드리지요.”
말을 마치기 무섭게 부인이 앞서면서 길을 안내했다. 부인의 딸 덕기라는 여자아이는 매우 귀엽고 예쁘게 생겼다. 덕기는 제 엄마의 말과 똑같이 대답했다. 범일스님은 덕기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얘야, 나를 그곳으로 안내해 주렴.”
고개를 끄덕인 덕기가 깡총거리며 앞장을 섰다. 남촌 시냇가에 이르러 돌다리 밑을 살펴보니 부처님 형상이 나타났다. 불상을 살펴보던 범일스님은 자기의 눈을 의심했다.
“아니, 이 분은?!”
부인과 덕기가 범일스님의 놀라는 표정을 보며 물었다.
“무슨 일이 있으신지요?”
“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냥 그저…”
대답은 그렇게 했지만 외귀스님과 너무나도 닮은 부처님 형상을 보고 내심 경탄을 금하지 못했다. 더욱이 그 불상은 왼쪽 귀가 없었다. 범일스님은 부처님께 절을 올렸다. 시자도 따라서 절을 올렸고 부인과 덕기도 덩달아 절을 했다. 그때 물 속에서 말소리가 들렸다.
“나는 정취보살이니라. 낙산사에 가면 내가 안치될 수 있는 자리가 이미 마련되어 있느니라. 나를 그곳으로 옮기거라. 오늘에야 비로소 인연을 만나 내 거처할 장소로 옮겨 앉게 되었구나.”
범일스님이 돌부처를 모시고 낙산사에 이르니 관세음보살 옆에 빈 자리가 하나 있었다. 그 빈 좌대에 안치시키니 미리 만들어 놓은 듯 한치의 오차도 없이 꼭 들어맞았다. 보살상이 안치되자 법당 안에는 오색의 서기가 어리면서 성스러운 향내가 가득했다. 의상대사가 관음굴에서 들은 관음보살의 말씀대로 정취보살이 되돌아온 것이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