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내장산 영은사에 희묵스님이라는 고승이 주석하고 있었다. 그는 힘이 세기로 천하장사라는 별명이 따라다니곤 했다.
하루는 땔나무를 하러 산에 올랐다. 험한 산세도 산세려니와 울창한 숲은 한낮에도 햇빛을 보기가 어려웠고 또한 산짐승들도 많이 살고 있었다. 낫을 들고 나뭇가지를 쳐 서너 단 했을 때였다. 뭔가 기분이 섬뜩하다고 느낀 희묵스님은 비탈 위를 바라보았다. 시커먼 천연동굴이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호기심이 일자 그는 동굴 쪽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내부는 어두웠다. 바로 그때 두개의 불이 동굴 안에서 번쩍 빛났다.
‘아마 눈 큰 놈(호랑이)이 있는 모양이로군. 틀림없어.’
그렇게 생각한 희묵스님은 오른손에 들고 있는 낫을 더욱 힘주어 잡았다. 여차하면 내리찍을 기세로 살금살금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그때였다. 집채만한 호랑이가 희묵스님을 향하여 고함소리와 함께 달려들었다. 순간 희묵스님은 새끼 호랑이들을 분명히 보았다. 제 새끼를 위해 외부 침입자를 경계하던 어미 호랑이가 모성애의 본능을 발휘하여 달려든 것이다.
그때 벼락같은 고함이 터져 나왔다.
“이노옴!”
희묵스님의 고함이 얼마나 컸던지 동굴 안이 쩌렁쩌렁 올이며 천정과 벽 쪽에서 바윗조각들이 후두둑 떨어졌다. 달려들던 호랑이가 주춤하고 서 버렸다. 그놈도 분명히 놀란 것이다. 희묵스님 또한 자세하나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달려드는 호랑이를 피할 생각도 않고 우뚝 서 있었다.
그 다음 순간적으로 희묵스님은 호랑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한 손으로는 호랑이 목을 죄며 다른 한 손으로는 들고 있고 낫등으로 일격을 가했다. 호랑이는 다시 한 번 비명을 치더니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참으로 놀라운 괴력이었다.
마침 그때, 희묵스님이 호랑이와 싸우던 장면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다. 영은사 아래 사하촌 사람으로 평소 희묵스님을 존경해 오던 터였는데, 바로 그러한 장면을 직접 보고 나서는 참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굳혔다.
희묵스님은 쓰러져 있는 호랑이를 주물러 회생시킨 뒤 호령하였다.
“어서 네 새끼들을 돌보아라. 그리고 앞으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사람한테는 덤벼들지 말아라. 알겠느냐?”
호랑이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면서 새끼들이 기다리고 있는 동굴 저편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소문이 퍼져 나가자 동네 사람들은 물론 전국 각지에서 승속을 초월하여희묵스님을 만나 보고자 모여들어 내장산 일대는 문전성시를 이루었다.
또 한 번은 스님이 아랫마을로 시주를 하러 내려갔다. 마침 동네에서는 큰 황소 두 마리가 서로 뿔을 맞대고 싸우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 소를 뜯어말리려 애쓰고 있었다. 이를 본 희묵스님이 사람들 사이를 헤집고 앞으로 썩 나서며 말했다.
“멀리 비켜나십시오. 가까이 갔다가 행여 크게 다칠지도 모릅니다.”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희묵스님은 황소 곁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그는 황소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네, 이놈! 아무리 축생이기로서니 싸움질이나 해서야 쓰겠느냐? 이노옴!”
싸우던 황소가 스님이 고함소리에 놀라 잠깐 떨어지는가 싶더니 희묵스님을 향해 한꺼번에 돌진해 왔다. 그러나 희묵스님은 비키지 않았다. 순간, 스님의 두 팔이 동시에 나가든가 싶었는데 어느새 두 손에 각각 황소의 뿔 하나씩을 거머쥐고 재주를 한 번 넘었다. 황소들은 목이 꺾이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이 광경을 바라본 사람들은 일제히 함성을 질렀다.
희묵스님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손을 툭툭 털면서 밖으로 빠져 나왔다. 황소 두 마리는 한참만에야 버르적거리더니 일어났고 각각 주인의 끌려갔다.
그의 소문은 꼬리를 물고 퍼져 나갔다. 한 번은 호랑이와 대적을 했고 또 한 번은 한꺼번에 황소 두 마리를 대적했으니 소문이 퍼져 나가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었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