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그날부터 소금을 굽고 종이를 만드는 여가에 보살상에게 공양을 올리고 염불을 했다. 나중에는 아예 소금굽는 일을 마을 사람들에게 맡기고 노인은 염불과 기도에만 열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 해적들이 쳐들어왔다. 그들은 노인이 기도하고 있는 초암으로 들이닥쳐 노인을 윽박질렀다.
"들으니 노인장께서는 소금을 잘 굽는다고 하던데 소금을 내어 놓으시오."
"거참 안됐소이다. 보시다시피 나는 요즘 부처님께 불공을 드리느라 소금을 굽지 못해 드릴 게 없소이다."
해적들은 아무 것도 가져갈 것이 없자 화가 치밀어 올랐다. 여기저기서 불만을 토로하며 심지어 발길로 부처님을 모신 탁자를 툭툭 차기도 하였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호랑이 한 마리가 나타나 포효를 했다.
"어흥"
해적들은 순간적으로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며 자기방어를 했다.
"이젠 호랑이까지 키워가며 우리를 내몰 생각이군 그래."
그때 호랑이가 날렵하게 몸을 솟구치는 듯했는데 앞발을 들어 투덜거리는 해적의 옷깃을 낚아챘다. 해적은 곤두박질을 치면서 바닥에 엎어졌다. 호랑이는 또 다른 해적을 행해 앞발을 들고 으르렁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해적들은 다리를 달달 떨면서 극도로 공포에 질렸다. 노인은 호랑이를 불렀다.
"대호야, 그렇게 사람에게 그러면 못쓰느니라. 비록 그들이 지금은 배가고파 여기까지 찾아왔지만 본심은 모두 착하단다. 암, 착하구 말구. 모두 불성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니라. 어서 그만두고 산으로 돌아가거라 어서!"
그러자 호랑이는 노인 앞에 무릎을 꿇더니 공손하게 머리를 숙이고 초암을 빠져나갔다. 그제서야 해적들은 노인이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알고 사죄하였다.
"저희들이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용서하여 주시면 새 사람이 되겠습니다"
노인은 껄껄걸 웃어댔다.
"사람은 본디 악하지 않는 법, 그리고 그 본성은 선악을 떠나 있소 다만 현실 상황에 따라 선하게도 악하게도 나타나는 법이오. 본디 선하다면 악할 리 없고 본디 악하다면 아무리 마음을 고쳐 먹더라도 늘 악한 것이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본성의 선악을 말씀하시지 않고 본성의 공함을 말씀하셨소. 내 게송을 하나 읊을 테니 들어들 보시오."
노인은 눈을 지그시 감고 몸을 좌우로 약간 흔들면서 게송을 읊었다.
죄는 본디 자성이 없고 마음을 따라 일어나는 법
마음이 만일 존재치 않으면 죄도 또한 자취를 감추도다
죄 없어지고 마음 멸하여 두 가지 모두 공한 상태라야
이것을 참된 참회라 하리.
해적들은 비로소 마음이 열렸다. 그들은 말했다
"이 시각부터 남의 물건을 훔치고 빼앗는 일은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그동안 지은 죄가 너무나도 많아 그것을 참회하기에도 많은 세월이 걸릴 듯싶습니다. 노인장께서는 저희들을 이끌어 주십시오."
"허, 거 참 반가운 얘기요. 잘 생각했소. 내 비록 아는 것은 없으나 소금 굽는 일은 알고 있소. 이제 그대들에게 소금 굽는 일을 가르쳐 주겠소. 그리고 그 전에 그대들이 해야 할 것이 있소."
"그게 무엇이옵니까?"
"따라서 하시구려."
예로부터 지어온 나의 죄업은 나 자신이 스스로 지은 것 누구에 의해서가 아니네.
탐욕과 노여움과 어리석음으로 시작을 알 수 없는 아주 멀고 먼 태초였네.
그것은 바로 이 몸과 마음 그리고 언어에 의해서였네.
우리네 중생들은 이처럼 몸과 마음과 언어로.
탐내고 성내고 어리석게 살었네. 이 모두를 다 함께 참회하리.
해적들은 노인이 한줄 선창하면 따라서 후창을 했다. 해적들은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실은 죄가 본디 없음을 알았을 때 많은 참회를 한 것이었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