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노인이 소금을 굽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마을 청년들이 헐레벌떡 노인에게 달려왔다.
"할아버님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산적들이 나타나 할아버님의 움막을 향해 달려 갔어요"
노인은 발걸음을 빨리 했다. 이미 산적들이 움막에 진을 치고 있었다.
"어떻게 오신 분들이신가?"
노인의 질문에 사적의 두목이라는 자가 나서며 말을 받았다.
"나는 이들의 대장이오. 보아하니 처음 보는 영감님 같은데 가진 것 있으면 좋은 말 할 때 순순히 내 놓으시오."
노인은 태연했다. 정말 아무런 공포감도 그의 얼굴에서는 찾아볼 수가 없었다.
"뭐든 맘 내키는 대로 가져가시게. 그래 봤자 나는 소금을 굽는 늙은이니 소금밖엔 아무것도 더 없소마는."
산적들은 노인의 너무나도 태연한 태도에 오히려 민망해 하는 눈치였다. 그들은 각자 소금 한 가마씩 짊어지고 가버렸다. 그 후로 산적들은 좀체로 나타나지 않았다. 아니 그들이 교화되어 출가하기로 결정하기까지 다시는 마을에 나타나지 않았다.
또 하루는 노인이 움막에서 쉬고 있을 때였다. 동네 젊은이 한 사람이 뛰어들었다. 그는 숨이 하늘에 닿아 있었다. 얼굴도 상기되었다. 노인이 물었다.
"무슨 일인가?"
"네, 할아버님! 저, 저 저기 바닷가에 웬 이, 이상한 배 한척이 드, 드, 들어오고 이, 있어요."
"아! 그래? 그럼 이번에는 해적이 나타난 게로군. 어서 가보세."
"네, 그, 그런데 이, 이상한 것은 사, 사, 사람이 없는 비, 비, 빈 배에요"
젊은이는 심하게 말을 더듬었다. 노인은 젊은이와 함께 바닷가에 이르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그들 가운데 한 사람이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노인장! 지금은 배가 물 속에 가라앉아 보이지 않습니다."
노인이 다급하게 물었다.
"배가 가라앉았다구요? 허! 그것 참"
"그게 아닙니다. 어르신네. 그 배는 사람이 타고있지 않은 것 같은데 이곳 사람들이 나타나면 가라앉았다가 사람들이 숨으면 다시 물 위로 떠오르곤 합니다. 참 이상하지요?"
노인은 뭔가 짚이는 게 있었다. 노인은 사람들을 우선 숨어 있으라고 했다. 사람들이 숨자 배가 다시 물 위로 떠올랐다. 노인은 천천히 해변으로 나아갔다. 그러자 그 배는 쏜살같이 노인이 있는 곳으로 미끄러져 들어왔다. 숨어서 이 광경을 지켜보던 마을 사람들은 눈이 왕방울만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을 보면 수면 아래로 숨어 버리던 배가 노인이 나아가자 쏜살같이 노인에게로 다가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인은 아무 말 없이 배에 올랐다. 바로 그 순간 하늘에서 음악 소리가 울리면서 하얀 옷을 걸친 동자아이가 나타났다. 그는 오색구름을 타고 있었다. 사람들은 또 한 번 놀랐다. 모두들 손에 땀을 쥐고 있었다. 그 동자가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인도에서 온 동자입니다. 인도의 공주께서 제게 두 분의 금불상을 모시고 가라고 하셨습니다. 공주님께서는 동방에서 가장 아름다운 나라 백제에 가면 소금을 만드는 노인이 계실 거라며 그 노인에게 이 불상을 전하고 성스러운 터에 모시게 하라 하셨습니다. 이제 할아버님을 뵈었으니 제 할 일은 다 한 것 같습니다."
말을 마치자 동자는 오색구름을 타고 서쪽의 수평선 너머로 사라져 갔다. 마을로 돌아온 노인은 우선 선운리 마을에 초암을 짓고 동자가 전해준 두 분의 보살상을 모셨다. 한 분은 관세음보살이었고 또 한분은 지장보살이었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