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량은 비로소 모든 것이 틀림이 없다는 사실을 믿고 아이의 이름을 그냥 대성이라 부르게 하였다.
대성은 무럭무럭 잘 자랐다. 머리가 총명하여 열두서너 살이 되자 이미 학문의 높이를 가늠할 수 없게 되었고 또 무예를 익혀 활쏘기, 말달리기, 창과 칼쓰기와 수레몰기에 이르기까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대성은 사냥을 좋아했다. 하루는 토함산에 올라 곰 사냥을 하고 내려오는 길이었다. 날이 어두워져 더 갈수가 없게 되자 대성은 산 아래 마을에서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곰 사냥을 하고 난 대성은 들뜬 기분에 잠도 잘 오질 않았다.
´아! 나는 곰을 잡았다. 나는 곰을 잡았다구 아마 서라벌안에서 나만큼 활을 잘 쏘는 사람은 없을 걸.´
그러다가 그는 잠이 들었다.
´으악! 곰이다 곰!´
그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었다. 곰이 말을 했다.
"나는 네가 죽인 곰의 귀신이다. 네가 나를 죽였으니 이번에는 내가 너를 죽이리라."
대성은 땀을 비오듯이 흘렀다. 대성이 마구 팔다리를 버둥거리면서 말했다.
"네가 곰의 귀신이라면 정말 미안하다. 나는 죽는 게 그다지 섧지가 않다. 다만 나는 전생의 어머니와 금생의 부모님을 함께 모시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니 한 번만 용서해 주렴."
곰 귀신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더니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네 말을 듣고 보니 참으로 딱하게 되었구나. 하지만 나는 내 원수를 갚아야 겠다."
곰의 귀신이 다시 달려들었다. 곰 귀신은 실제 곰보다 더 무서웠다. 더 날렵했고 더 컸다. 게다가 곰 귀신은 말을 할 줄 알았다. 대성이 생각했다.
´나는 전생에 하도 가난하여 어머니에게 졸라 논 밭 몇마지기를 흥륜사 스님께 보시하고 금생에 그 공덕으로 명문대가 재상의 집안에 태어났는데 이제 와서 곰의 귀신에게 영락없이 죽게 되었구나 어찌한다?´
그에게 순간적으로 좋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곰 귀신이여! 내가 당신을 위해 무슨 일을 하면 나를 안 잡아 가겠는가? 가령 절을 지어준다면 어떻겠느냐?"
절을 지어 준다는 말에 곰 귀신은 달려들던 동작을 멈추며 말했다.
"절을 지어준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더 없이 좋은 일이지. 만일 절을 지어 나를 위해 천도재를 지내 주고 또 나와 같은 모든 살아 있는 산짐승을 마구 죽이지 않는다면 그도 손해날 것 같지는 않구나. 꼭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꼭 그렇게 하겠다. 나만 잡아가지 않는다면 앞으로 사냥도 하지 않겠다. 미안하다 곰귀신이여!"
꿈을 깨고 난 대성은 그길로 화살을 꺾어 버리고 다시는 사냥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 곰 사냥을 했던 자리에 절을 짓고 장수사라 이름하고 곰 귀신 천도재를 올렸다.
대성이 장성하여 벼슬길에 나가자 대성의 전생 어머니와 금생의 부모도 모두 세상을 뜨고 말았다.
어느날 대성은 부인을 불러 의논했다.
"여보 부인! 부모님의 은혜는 바다보다 깊고 하늘보다 높다고 했소. 나는 전생의 어머니와 금생의 부모님을 함께 모시고 살았는데 이제 그분들이 모두 세상을 뜨셨구려. 내 들으니 부모님 위한 가장 좋은 효도는 절을 지어 부처님께 바치고, 열심히 지극 정성으로 재를 올리는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고 하던데 당신 생각은 어떠하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절을 짓도록 하시지요. 어차피 재산은 있는 것이고 당신도 재상의 자리에 올랐으니 그리 어려울 것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대성은 부인의 말에 크게 감격했다.
"고맙소 우리가 저승 갈 때 뭘 가지고 가겠소? 우리, 있는 재산을 모두 털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정교한 절을 지어 부처님께 바치고 부모님의 명복을 빌어드립시다."
그렇게 해서 김대성은 불국사와 석굴암을 지었다. 토함산 중턱 동쪽 기슭에는 석굴암을 지어 전생의 부모님의 명복을 빌었으며 토함산 남쪽 자락에는 불국사를 지어 금생의 부모님의 명복을 빌었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