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의 햇살이 산산히 부서져 내리며 들판이고 계곡이고 집이고 산등성이고를 가리지 않고 비쳤다.
그 뒤 얼마 되지 않아 김대성은 세상을 떠났다. 그의 어머니 경조는 땅을 치며서 통곡했다.
"불전에 시주하면 시주한 것의 만 배를 얻고 길이 안락하며 천신이 가호하고 장수를 누린다더니 말짱 헛말이었구나. 세상에,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그 어린 나이에 데려가다니, 아이고 아이고 내 팔자야!"
얼마를 울다가 지쳐 쓰러져 잠이 든 그녀는 꿈을 꾸었다. 꿈에 아들 대성이 나타나 말했다.
"어머니, 너무 슬퍼하지 마세요. 소자는 이제 우리가 불전에 시주한 공덕으로 서라벌 김문량의 가문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업에 이끌려 죽음을 맞이한 게 아니라 복 지은 인연 공덕으로 짐짓 몸을 버리고 새 몸을 받아 나는 것입니다. 어머니 부디 만수무강하세요. 열 달 후에 다시 뵙겠습니다."
"대성아! 대성아! 대성아! "
사라져가는 대성을 부르다가 깨어 보니 꿈이었다. 그녀는 꿈이 하도 선명하여 서라벌의 대신 김문량 댁을 언젠가 방문해 보리라 마음 먹고 대성의 장례식을 간소하나마 정성껏 치렀다.
한편 서라벌의 대신 김문량은 적적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벼슬은 최고의 자리에 올랐으나 아들을 얻지 못해 늘 그것이 근심이었다.
´내 비록 재상이 되었으나 아들을 얻지 못했으니, 아무리 지위가 높고 재산이 많은들 어디에 쓰리오. 어찌하면 아들을 얻을 수가 있을까?´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데 공중에서 소리가 있었다.
"재상 김문량 공이여! 너무 그리 고적해 하지 마오. 반드시 좋은 일이 있을 것이오. 그 대신 그대는 부처님을 위해 뭔가를 하겠다는 큰 원을 내시오. 그러면 부처님께서 그대에게 아들을 얻도록 가피할 것이외다."
김문량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문을 활짝 열고 마루 끝에 나서며 하늘을 보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 멍하니 추녀 끝으로 보이는 하늘을 주시하고 있는데 다시 소리가 들렸다.
"아들을 얻게 되거든 그 아들을 위해 큰 불사를 하도록 하시오."
김문량이 소리 나는 쪽으로 얼른 고개를 돌리니 누군가 말을 마치고 표표히 오색구름을 타고 하늘 저편으로 사라지는데, 자세히 보니 그는 영락없는 관세음보살이었다. 재상 김문량은 관세음보살이 사라진 곳을 향해 수없이 절을 했다. 그 산이 바로 남산이었다.
그런 일이 있은 뒤 얼마 안 되어 김문량은 다시 꿈을 꾸었다.
"모량리의 김대성이가 그대의 집에 태어나리니 잘 길러 훌륭한 사람이 되게 하시오."
김문량이 꿈을 깨고 다시 부인을 불러 꿈 이야기를 하자 부인도 똑같은 꿈을 꾸었다고 했다. 다만 부인의 꿈은 몇 마디가 덧붙여 있었다고 했다.
"그 김대성이 본디 모량리 사람인데 서라벌의 갑부 복안장자의 집안에 살고 있었으며 그의 어머니는 경조라고 한다. 그 김대성이가 오늘 아침나절에 몸을 버리고 그대의 태내에 들었다."
부인과 자기의 꿈을 종합하여 검토한 김문량은 사람을 시켜 복안장자네 집에 그러한 사실이 있었는가를 알아보게 하였다. 이윽고 하인이 달려와 보고하였다.
"주인대감 내외분께서 꾸신 꿈이 그대로 사실이옵니다.
김대성이는 열댓 살난 소년이었는데 오늘 아침나절 갑자기 세상을 하직했다 하옵니다. 아무런 병도 없었는데…"
과연 그 일이 있고 나서 김문량의 부인은 태기를 느꼈다. 유달리 입덧을 심하게 하는 부인을 보고 김문량은 틀림없는 아들이라고 생각했다.
부인의 입덧이 있고 7개월쯤 지나 부인은 아기를 낳았다. 순산이었다. 그런데 아기는 태어나면서부터 왼쪽 주먹을 말아 쥔 채 펴지 않았다. 며칠이 지나도 아기가 주먹을 펴지 않아 김문량은 점술가를 불렀다. 점술가가 말했다.
"이 아기는 전생의 어머니가 오시기 전에는 절대로 손을 펴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은 그가 전생에 누구였는가를 증명하고자 함입니다. 그러니 이 아기의 전생 어머니를 부르십시오."
"허, 그것참! 여봐라. 이 서라벌 내의 갑부 복안장자의 집에 가서 경조라는 여인을 모셔오도록 하라."
"에이"
분부를 받은 하인이 복안장자의 집에 이르러 경조 여인을 데리고 왔다. 그러자 아기는 태어난 지 일 주일밖에 안 되어는데도 생글 생글 웃으며 주먹을 폈다. 그런데 그 손바닥에는 ´대성´이라는 두 글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