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대사의 위로를 받은 목수는 다음날부터 법당을 짓기 시작했다.
주춧돌을 놓고 기둥을 세웠다. 중방과 도리를 얹고 대들보를 얹었다. 서까래를 놓았다. 그가 3년 남짓 자르고 깎은 목침도 모두 쓰였다.
법당은 며칠 내에 완성되었다. 기와도 얹었고 문도 달았다.닫집을 잇고 탁자를 만들어 내부 공간도 모두 완성하였다. 법당이 완성되자 청문대사는 단청을 하고자 화공을 불렀다.
그때 청문대사는 대중들에게 공지사항 하나를 전달했다. 아니 그것은 불문율이었다.
"화공이 오늘부터 법당 내부 단청에 들어간다. 따라서 화공이 법당 안의 단청과 벽화를 완성할 때까지는 절대로 들어가서는 안된다. 그것은 한 달이 걸릴 수도 있고 두 달이 걸릴 수도 있다. 명심하라. 절대로 들여다봐서도 안 된다. 내 말을 꼭 기억하라. 이유도 묻지 마라."
선우화상은 묻고 싶었다. 식사 문제나 뒷간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하지만 이유를 묻지 말라는 조실 큰 스님 청문대사의 엄명이고 보니 물어볼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화공은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도 전혀 밖에 나오지 않았다. 또 한 달이 갔다. 선우화상은 생각했다.
´도대체 뭘 어떻게 그리는 거야? 화공은 식사도 안하고 대소변도 안보나? 설마 새로 짓는 법당 안에 변기를 들여 좋지는 않았겠지.´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그림이 어떻게 그려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생리적 욕구를 어떻게 충족하고 배설하느냐에 초점이 맞춰졌다. 선우화상은 그게 궁금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법당 앞에는 늘 사람이 지키고 있었다. 청문대사가 아니면 그 목수였다.
선우는 어떻게든 자신이 생각한 것은 꼭 이루고야 마는 고집이 있었다.법당 앞에 목수가 지키고 있었고 청문대사는 조실에서 교대할 때까지 쉬고 있었다.
선우화상은 꾀를 냈다.
´음! 그래. 그렇게 하면 되겠군.´
선우화상은 목수에게 다가가 말했다.
"조실 청문 큰스님께서 잠깐 오라십니다."
목수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법당 앞을 떴다. 선우화상은 재빨리 법당 앞으로 다가가 문틈으로 내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아무리 봐도 벽화를 그리는 화공은 없었다. 그 대신 오색이 영롱한 한 마리의 새가 부리에 붓을 물고 물감을 묻혀 단청과 벽화를 그리고 있었다.
호기심이란 본디 멈추기를 거부하는 법이다. 선우화상은 법당 문고리를 잡고 살그머니 당겼다. 법당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그는 법당 안으로 한 발을 살짝 들여놓았다. 바로 그 때였다. 온 산천을 뒤흔들 듯한 호랑이의 으르릉거림이 있었다. 선우는 그 자리에 기절해 쓰러졌고 새는 날아가 버렸다.
선우화상이 정신이 들었을 때, 청문대사가 법당 앞에 죽어 있는 희고 큰 호랑이를 향해 법문을 설하고 있었다.
"대호선사여, 나고 죽음이 본래 둘이 아닌 법인데 선사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태어남이란 맑은 하늘에 한 점 그름이 생기는 것과 같고, 죽음이란 그 구름이 맑은 하늘로부터 사라짐과 같도다. 그러나 흰구름 자체도 본래실체가 없는 법, 나고 죽음도 실체가 없다. 하지만 그대가 지니고 있던 그 영묘한 본성만큼은 영원히 나고 죽음을 따르지 않고 홀로 빛나리라. 대호선사여! 그리고 그대가 세운 이 대웅보전은 길이 법연을 이으리라"
법당 중수가 끝나자 청문대사는 온 데 간 데 없이 어디론가 자취를 감추었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