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비구니의 모습은 마치 11면 관음의 모습처럼 다양하기 그지없었다. 혹은 자비의 표정으로, 혹은 희자의 표정으로, 또 혹은 분노의 표정으로 얼굴 모습을 자유자재로 변화시켰다.
그 춤새가 하도 우스워 경흥국로는 자신이 국로라는 사실도 잊고 실컷 웃어 댔다. 나중에는 방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웃어 대는 바람에 밖에 있던 시자와 대중들과 다른 수 많은 사람들까지 모여와 비구니의 병신춤을 바라보며 삼랑사 경내는 온통 웃음의 도가니가 되었다.
눈물이 펑펑 쏟아지기도 했고 너무나 웃어서 배가 아프기까지 했다.비구니의 병신춤이 끝났을 때, 경흥국로는 몸이 거뜬하다고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그것은 기적이었다. 그토록 한 달 남짓을 병마와 싸워 왔는데, 단 몇 시간 실컷 웃고 나니 아무렇지도 않게 병이 나아 버린 것이다.
비구니는 국사의 병이 완전히 나은 것을 확인하고는 인사를 하고 돌아갔다.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지만 경흥국로와 시자들도 웃는 데 빠져 있어서 비구니가 돌아가는 것도 깨닫지 못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국로가 시자에게 말했다.
"아까 그 비구니가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아느냐?"
"잘 모르옵니다."
"그러면 빨리 뒤를 밟아 거처를 알아오도록 해라."
"네, 큰스님."
그렇게 해서 시자는 비구니가 사라진 쪽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비구니는 석장을 짚고 남항사 쪽으로 가고 있었다. 남항사는 삼랑사 남쪽에 있는 절이었다.
뒤따르는 경흥국로의 시자가 걸음을 빨리하여 남항사 앞에 이르자 비구니의 모습은 이미 절 안으로 사라지고 없었다.
시자는 절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비구니의 모습은 찾을 길이 없었다. 요사채에도 후원에도 뒤꼍에도 없었다. 마침 비구가 한 사람 요사에서 나왔다.
"저, 실례지만 말씀 좀 묻겠습니다."
"말씀하시지요. 무슨…?"
"혹시 이 절에 비구니가 살고 있지는 않는지요?"
"여기는 비구들의 처소입니다. 비구니라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그럼, 나이 30대 초반의 젊은 비구니가 이리로 들어왔는데 보셨습니까? 키는 자그마하지만 수려한 얼굴이던데?"
비구는 다시 한번 고개를 저었다. 시자는 생각했다.
´제가 가봤자 이 남항사지. 그새 어디로 갔을려고.´
시자는 법당 안으로 들어갔다. 대체적으로 스님네가 절을 방문하면 제일 먼저 찾는 곳이 법당이라는 데에 생각이 미친 것이었다. 법당에는 11면 관세음보살이 모셔져 있었다. 그 보살상은 대나무 석장을 짚고 있었다.
아까 경흥국로 방에서 본 바로 그 석장이었다. 시자는 그 길로 삼랑사로 돌아왔다.
"틀림없이 그 11면 관음보살이 경흥 큰스님의 병을 고쳐 주시기 위해 현신한 것이야. 내 짐작이 틀림없을 거야."
시자는 경흥국로에게 그가 본 대로 소상하게 말했다. 얘기를 듣고 난 경흥국로가 시자를 대동하고 남항사 법당 관음전에 이르러 보니 그 11면 관음보살이 바로 자신의 병을 낮게 한 비구니의 모습과 너무나 흡사했다.국로는 관음강 앞에 합장하고 감사의 기도를 드렸다
관세음보살님은 온갖 신통력을 구족하시고 지혜와 방편을 고루 닦으셨네.
관세음보살님은 사방세계 온갖 국토에 몸을 나타내지 않는 곳 없네.
나의 병든 몸 고쳐 주시고자 비구니의 모습을 보이시고
나의 마음 일깨우시고자 웃음이 명약임을 설파하셨네.
관세음보살님은 모든 중생의 자애로운 어머니 자식이
병들면 어루만지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처럼 중생이 병드니
관세음보살은 병신춤으로 이 내 몸에서 고통을 제거하셨네.
아! 당신은 진정 성자십니다. 당신은 진정 아름다우십니다.
당신은 진정, 저와 우리 모두의 의지처이십니다.
- 동봉스님이 풀어쓴 불교설화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