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우리민족은
투견과 투계를 즐겨왔습니다.
선혈이 낭자한 개와 닭을 보며
희열을 느낀다는 것인데,
고유의 문화라 할지라도
인간답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커다란 소에게 빨간 깃발을 휘두르며
무자비하게 창살을 꽂는 투우도
보고 있기 힘든 문화가 아닐까 합니다.
스페인에서도 투우의 잔인함에 대한
비난 여론이 들끓으며,
투우를 중지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습니다.
실제로 투우는 투견이나 투계와는
비교조차 안 될 만큼 잔인합니다.
서로의 힘이 비슷한 상태에서
진행하는 게임이 아니라
월등한 힘을 가진 인간과
무기력한 소의 싸움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승패가 결정된 싸움이라는 뜻입니다.
제 아무리 용맹스럽고 두려움이 없는 소일지라도
투우장에서 투우사를 이길 수 없습니다.
투우장을 끌려나오기 전,
소는 깊은 암흑 속에 갇혀있어야 합니다.
극도의 불안심리를 만들기 위해서죠.
투우장으로 끌려나온 소는
갑자기 쏟아지는 햇빛에
잠시잠깐 시력을 잃어버립니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군중들의 함성소리가 들려오니
얼마나 무섭겠습니까.
그러다가 창살이 등에 꽂힙니다.
뼈가 부러지고 등이 찢어지고,
그렇게 몸부림을 치다가
마침내 심장을 향해 검이 날아듭니다.
투우사는 죽음 직전에 있는
소의 귀를 잘라 전리품으로 가져간다고 합니다.
싸늘한 주검이 된 소는
쓰레기처럼 질질 끌려 경기장 밖으로 나갑니다.
대체 이토록 잔인한 경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제 아무리
대대손손 내려오는 전통일지라도
이처럼 잔인한 경기를
계승해야할 필요가 있을까요.
윤회를 믿는 사람으로서 말하건대
현세에서 지은 죄는
내세에서도 반드시 자신이 책임져야 합니다.
지금 이 순간 공덕을 쌓는 것은
현세뿐 아니라 다음 생에 태어날
자신을 위하는 일임을 기억합시다.
- 월명스님의 희망레터 中 -